원작 '페르소나5'의 특징과 매력 담아내기 위한 노력 돋보여
원작에 비해 아쉬운 스토리와 불편한 시스템은 아쉬운 부분

좀 낡은 유행어긴 하지만, ‘페르소나 5: 더 팬텀 X’는 “팬아저(팬이 아니어도 저장)”할만한 타이틀이다.

이야기에 앞서 고백할 것이 있다. 먼저, 기자는 JRPG 특유의 턴제 전투를 좋아한다. 상대의 전력을 분석해 그에 맞는 파티를 구성하고 전략적인 수 싸움을 이어가는 것에 큰 재미를 느낀다. 또한 ‘용과 같이’ 시리즈 같은 어드벤처 게임도 좋아한다. 월드 곳곳에 녹아든 서브 콘텐츠까지 놓치지 않고 모두 즐기는 편이다.

무엇보다, 기자는 페르소나 시리즈에 문외한이다. 완전히 무지한 것은 아니고, 지인들로부터 어깨너머로 접한 것이 전부인 수준이다. 그런 기자에게도 ‘페르소나 5: 더 팬텀 X(이하 팬텀 X)’는 무척이나 재미있는 게임이다.

게임의 전반적인 맵시에서 페르소나 시리즈, 특히 원작이라 할 수 있는 페르소나 5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부분들이 돋보인다. 건물 위를 화려하게 날아다니는 주인공 일행의 실루엣으로 장식된 게임 시작 화면부터 시작해, 전체적인 아트워크, 스토리 진행 곳곳을 채우는 풀더빙 애니메이션까지 모바일 게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퀄리티를 자랑한다.

게임의 스토리에서도 원작에 대한 고증이 이어진다. 원작의 주인공 ‘마음의 괴도단’이 플레이어블 캐릭터로 등장하며, 리더인 ‘조커’는 아예 이야기의 중요한 단서를 품은 인물로 묘사된다. 작중 등장하는 이세계 ‘메멘토스’부터 시작해 등장인물들의 또 다른 인격인 ‘페르소나’ 등의 설정도 그대로 유지됐다.

원한다면 NPC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게임 내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원한다면 NPC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게임 내 설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팬텀 X의 매력이 나온다. 원작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에게도 원작만큼의 충분한 설명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출시된 서브컬처 장르의 모바일 게임들이 놓친 부분으로. 전작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이도 이 게임만으로 충분히 게임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는 엄연히 장점으로 손꼽을 만하다.

다만 패키지 게임이었던 원작을 라이브 서비스 모바일 게임으로 이식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원작 특유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고증하면서 장기간 서비스를 상정한 스토리를 풀어내려고 하니, 여러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먼저 무의미한 선택지 스크립트가 제법 거슬린다. 주인공이 질문을 받았을 때 몇 가지 선택지가 등장하는데, 이 선택지의 내용이 사실상 거의 동일하다. 어떤 답변을 골라도 같은 반응이 나올 것이 뻔한 수준이라 이러한 선택을 요구받는 것이 피로하게 느껴진다.

작중 악역이라는 캐릭터가 하는 짓이 고작 '어깨빵'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뺏는다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작중 악역이라는 캐릭터가 하는 짓이 고작 '어깨빵'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욕망'을 뺏는다는 설정이 있긴 하지만...

한 차례 검열된 듯한 1장의 스토리도 문제다. 페르소나 시리즈만의 방대한 세계관이 무색하게 작중 악역이 일삼는 악행은 무려 ‘어깨빵’이다. 모종의 사유로 메이저리거가 될 기회를 잃어버린 그의 뒤틀린 욕망이 어깨빵으로 발현됐다는 설정인데, 이 하찮은 악행 덕분에 적을 물리쳐야겠다는 동기 의식이 크게 떨어진다.

무엇보다 게임의 무대이자 그의 욕망이 만든 무대인 ‘팰리스’가 색욕을 상징하는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 뭔가 다른 이야기가 있었다가 사라진 것 같은 허전함이 드는 부분이다.

스토리의 중요한 단서를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이건 왜 번역을 안 해주는 것일까.
스토리의 중요한 단서를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이건 왜 번역을 안 해주는 것일까.

그 밖에도 몇 가지 작은 문제들이 있다. 어김없이 이번 게임에서도 번역 문제가 발생해, 일본어 음성과 전혀 맞지 않는 자막이 등장하고 캐릭터의 말이 존댓말과 반말을 오가는 문제가 종종 발생했다.

또 게임의 메인 콘텐츠인 스테이지 진행에서도 아쉬운 점들이 돋보인다. 야심차게 준비된 퍼즐 요소는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힌트 덕분에 너무 쉽게 해결되며, 은폐 기능은 QA가 부족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낮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메인 스테이지인 만큼 ‘이 부분에 힘을 더 썼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쉬운 점이 있긴 해도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밤을 샐 정도로 재미있게 즐겼다.
아쉬운 점이 있긴 해도 이 장면을 보기 위해 밤을 샐 정도로 재미있게 즐겼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이 게임은 페르소나 시리즈의 팬이 아닌 기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정도로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아쉬운 부분들도 저평가하기엔 원작이 가진 매력을 제대로 살린 충실한 고증이 훌륭하다. 정통 페르소나 타이틀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페르소나라는 IP에 관심을 갖게 하는 좋은 입문작으로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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