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대규모 구조 변화는 VCT 수익 모델 적용 본격화
스플릿 일정 통합, 리그 통폐합 등 라이엇만 할 수 있는 개혁

라이엇 게임즈가 쏘아 올린 공은 스노우볼인가, 파이어볼인가.

국내외 주요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리그의 서머 시즌이 개막하는 동시에 라이엇 게임즈는 2025년부터 적용되는 LoL e스포츠 대규모 구조 변화를 예고했다.

이번 발표의 주요 내용은 일부 리그 통폐합, 모든 스플릿 일정 통합, 세 번째 연례 국제 대회 신설과 같은 굵직한 변화들로 사실상 시즌 전체 구조 변화와 다름없다. 세부적으로는 다르지만, 큰 틀에서 LoL의 형제 게임 ‘발로란트’ e스포츠와 구조적으로 유사해졌다.

라이엇 게임즈는 왜 갑자기 LoL e스포츠의 구조적인 변화를 예고한 것일까? LoL e스포츠 씬은 전 세계e스포츠 중 가장 큰 규모와 팬덤과 뷰어십을 보유하고 있다. 2023 월즈(롤드컵), 2024 MSI는 외부 기관 추산 역대 최대 뷰어십을 기록하며, 믿기 어려운 성장 동력을 보여줬다.

라이엇 게임즈 역시 LoL e스포츠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매번 역대 최대 뷰어십을 기록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라이엇 게임즈에 따르면 이미 2021년 롤드컵 결승전에서 전 세계적 약 7,400만 명의 팬이 참여하는 최대 동시 시청률(PCU)과 약 3,100만 명의 평균 분당 시청률(AMA)을 달성했다.

2023년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롤드컵에 대한 라이엇의 내부 추정치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자료: 라이엇 게임즈)
2023년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운 롤드컵에 대한 라이엇의 내부 추정치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자료: 라이엇 게임즈)

2019년 LoL e스포츠가 손익 분기점에 도달한 것으로 확인된다. 스포츠비즈니스저널(SBJ)의 2019년 4월 기사에서 라이엇 게임즈의 마크 메릴 사장은 e스포츠로 “전 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거나 이윤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지속 가능성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번 변화의 핵심 목표로 지목된 것도 지속 가능성 문제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변화를 ‘진화’라고 지칭했으며 “재정적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유저 시간이 보다 가치로울 수 있게 도입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보완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밝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4월 라이엇 게임즈의 e스포츠 부문 대표 존 니덤의 ‘LoL e스포츠 전략 조정’에서 밝힌 디지털 콘텐츠 판매 수익 공유를 뜻한다.

해당 개편안에 따르면 후원에만 의지하는 구단들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고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일부 팀에게만 돌아가던 상금 풀을 모든 참가 팀에게 분배한다. 분배 방식은 전체 글로벌 수익 풀에서 1티어 팀에게 일반 배당(50%), 팀 성적에 따른 경쟁 배당(35%), 팬덤을 구성한 브랜드와 팀에 수여하는 팬덤 배당(15%)으로 나눴다.

발로란트 e스포츠에 관심 있는 유저라면 개편안이 발로란트 챔피언스 투어(VCT)의 파트너십과 굉장히 닮은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존 니덤 대표는 VCT에서 많이 배웠으며, VCT의 모델과 닮았다고 직접 언급한다.

라이엇 게임즈는 "VCT에서 무엇이 효과적이고 그렇지 않은지 엄청나게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자료: 라이엇 게임즈)
라이엇 게임즈는 "VCT에서 무엇이 효과적이고 그렇지 않은지 엄청나게 많이 배웠다"고 밝혔다. (자료: 라이엇 게임즈)

그러므로 이번 6월에 나온 2025년 LoL e스포츠 구조 변화 예고는 예정된 수순에 가깝다. VCT의 수익 모델을 도입하면서 구조도 그대로 따온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변화는 예상보다 파격적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이유는 모든 리그 스플릿 일정 통일과 리그 통폐합 때문이다.

LoL e스포츠는 기형적으로 국제 대회에 뷰어십이 치우쳐져 있다. 시즌 파이널인 롤드컵에서 최고 수준의 경기가 펼쳐지고 전 세계 LoL 팬들의 이목이 모인다. 라이엇 게임즈가 그동안 MSI 경기를 확대하고 더 큰 이벤트로 발전시킨 것은 최고 수준의 경기가 벌어지는 빅 이벤트를 시즌 전기에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2017년 등장했다가 사라진 리프트 라이벌즈도 같은 의미다. 다만 당시 구단들에게는 롤드컵의 의미가 더 중요한 상황에서 참가 이유를 찾기 어렵고 일정상으로도 문제가 많아 비판받았고 3년 만에 사라졌다.

지금은 사라진 '리프트 라이벌즈'는 지역 대항 성격의 국제 대회로 출범했다. 지금의 MSI보다 국제전 성격이 짙었다. (자료: 라이엇 게임즈)
지금은 사라진 '리프트 라이벌즈'는 지역 대항 성격의 국제 대회로 출범했다. 지금의 MSI보다 국제전 성격이 짙었다. (자료: 라이엇 게임즈)

2024년에 이르러 MSI에서 롤드컵 직행 티켓을 수여했다. MSI 우승팀이 롤드컵에 가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지만, 전기 대회가 후기 대회에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스플릿의 연결로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하는 라이엇 게임즈의 의도가 확실히 보인다.

2025년 새로운 국제 대회가 신설되고 나면 총 세 개의 스플릿이 각 지역 리그마다 운영된다. 앞선 스플릿과 국제 대회는 다음 스플릿과 대회 시드권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해당 방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리그가 같은 일정으로 움직여야 한다.

라이엇 게임즈는 LoL IP를 소유하고 있고 1티어 리그 전체에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했기에 이러한 결정이 가능했다. e스포츠가 아닌 정통의 스포츠에서 이러한 개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로써 지난 3월 따로 수익 구조를 마련하기로 한 중국 LPL까지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리라 추측된다.

리그 통폐합은 브라질을 포함한 미주 대륙에서 가장 많은 잡음이 일었는데 북미 LCS와 남미 LLA, 브라질의 CBLoL이 아메리카스로 통합되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 이후 한동안 CBLoL 많은 관계자의 아쉬움이 전달됐다. (자료: 라이엇 게임즈)
이번 발표 이후 한동안 CBLoL 많은 관계자의 아쉬움이 전달됐다. (자료: 라이엇 게임즈)

특히 이미 리그 자체 서사를 만들고 인기몰이 중인 브라질의 CBLoL의 반발이 가장 컸다. LCS를 살리기 위한 희생양으로 쓰인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라이엇 게임즈는 이번 성명에서 희생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단순히 말해 현재 1부 리그에는 팀이 너무 많아서 지속 가능하게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가로 디지털 콘텐츠 제작, 수익 분배,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더 나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라질 리그 관계자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단이 줄면 팀을 구성하는 선수가 줄어들고 일부 팬들은 실망할 것이다. 더욱이 리그 자체 최대 뷰어십을 갱신 중이며 LCS 뷰어십을 뛰어넘은 CBLoL이기에 이러한 결정은 뼈아프다.

여러 채널을 통해 이번 결정에 대한 피드백을 받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리그 통폐합, 모든 스플릿 일정의 통일이라는 강수를 뒀기에 리그의 자율성을 보장하거나 소급 적용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LoL가 많은 게이머들에게 긴 시간 사랑받는 이유로 유연함과 빠른 변화가 자주 거론되곤 한다. 하지만 LoL e스포츠는 어느덧 이전과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해졌다. 거대해진 덩치만큼 한 번의 내딛는 발걸음에 겪는 소음은 크기 마련이다.

여전히 업계에서는 LoL e스포츠에 대한 변화의 요구가 빗발친다. 그런 찰나 이뤄진 라이엇 게임즈의 선택이 다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성장 사례를 남길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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