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의 차트 점령, 경쟁력 제고 절실해진 게임업계
개발 기술력은 이미 인증, 스토리텔링으로 공략 필요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것인가?"

지난해부터 이어진 국내 게임 산업 부진이 가시화됐고 1분기 암울한 성적표가 예상됐으나, 게임사들 각고의 노력 끝에 올해 1분기 다행히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위기론이 조성된 업계는 발빠르게 신작 타이틀을 당겨와 모멘텀을 형성 시기를 끌어오는 한편, 시장이 요구하는 장르 다각화, 글로벌 진출을 통해 살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부는 것도 잠시, 중국 다수의 개발사와 국내외 경쟁 환경에 놓이면서 경쟁력 제고가 절실해졌다.

 

■ 중국 게임의 파상 공세

2024년 들어 중국 게임의 모바일 차트 점령이 두드러진다. 규제 역차별과 일부 게임의 과금 모델이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본지 역시 중국 모바일 게임의 흥행을 여러 차례 조명한 바 있다.

실제로 게임 소비 타입별 장르 분류에서 중국 개발사의 미드코어 게임의 약진이 눈부시다. 대표적으로 '라스트 워: 서바이벌'은 국내 앱마켓 양대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한 지 오래되었고 '버섯커 키우기'도 올해 초 등장해 국내 매출 순위 1위에 올랐다.

5월에는 쿠로게임즈의 '명조'가 서브컬처 장르에서 활약하며 차트 순위에 올랐다. 7월 호요버스의 '젠레스 존 제로'가 서브컬처 대작 라인업에 합류하면서 남길 파급력 또한 주시 된다.

6월 17일 모바일 매출 순위 (자료: 모바일 인덱스)
6월 17일 모바일 매출 순위 (자료: 모바일 인덱스)

이와 같은 중국 개발사의 약진은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콘솔, PC 시장에서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진 못했으나, 중국 개발사의 신작들이 글로벌에서 나름의 기대를 얻고 있다.

중국 게임 업계도 본격적으로 PC, 콘솔에 도전하는 바다. 게임사이언스가 8월 출시를 예고한 ’검은 신화: 오공‘은 최근 중국 내 콘솔 자존심을 대표하는 게임으로 거론되곤 한다.

국내 게임 업계는 내부적으로는 모바일 시장에서 분투를 벌이면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자 노력하는 콘솔 시장에서도 중국 개발사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 게이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검은 신화: 오공'은 최근 해외 웹진의 프리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 게이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검은 신화: 오공'은 최근 해외 웹진의 프리뷰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 게임 시장은 개발력뿐만 아니라, 퍼블리싱과 보유 스튜디오, 마케팅 규모 등 모든 측면에서 위협적이다. 이러한 위협은 최근 국내 모바일 매출 차트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을 뿐이며, 앞으로 더 많은 중국산 게임이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리라 예상되는 상황이다.

시기적으로 국내 게임 업계의 경쟁력 저하와 동시에 중국 개발사의 공세가 겹치면서 이러한 대조는 더욱 두드러진다. “토종 게임의 고전“이라는 제목의 보고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국내 개발사들이 이러한 파상공세와 규제 역차별이라는 비교적 힘든 상황에서도 선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군 페널티 박스 안에서 고군분투 중인 국내 개발사들이 무섭게 성장한 중국 개발사와 어떻게 격차를 낼 수 있을까? 여기서 제시하고자 하는 해답은 스토리텔링이다.

■ 게임의 스토리텔링

게임에서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이야기를 서술하는 능력을 넘어서, 게임이라는 매체에 이야기를 어떻게 담았느냐에 달려있다. 게임이 그릇이고 이야기가 물이라면, 사용하고자 하는 그릇의 매질과 형태를 고려해야 한다.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인 전체 이미지, 사운드, 상호작용 모두 직선적인 시간선 안에서 유저에게 체험된다. 요컨대 게임에서의 스토리텔링은 이를 통틀어 설명된다.

올해 기록적인 흥행을 보인 '팰월드'와 '헬다이버즈2'는 게임의 장르적인 재미와 더불어 여러 요소가 결합한 스토리텔링에 전 세계 게이머들의 지지를 받았다. 

'팰월드'는 친숙한 몬스터 수집 개념을 오픈월드 생존 게임에 접목, '헬다이버즈2'는 은하계 민주주의 전파라는 지독한 컨셉으로 많은 유저가 빠져들었다.

그렇다고 이 두 게임이 완전히 이야기를 배제한 게임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전체 맥락을 통해 해당 게임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색다른 세계관을 경험케 했기에 많은 유저가 열광했다.

이미 게이머들이 많이 경험한 다소 익숙한 장르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에도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다. 

'팰월드' 열풍 이후 게임의 일부 개념을 착안한 게임들이 출시를 예고했다. 사진은 텐센트의 '오로리아'
'팰월드' 열풍 이후 게임의 일부 개념을 착안한 게임들이 출시를 예고했다. 사진은 텐센트의 '오로리아'

국내의 최신 사례로는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가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이야기 측면에서 특별히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세계관 설정과 '이브'라는 독특한 캐릭터가 결합하면서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시프트업의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는 더 대중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게임 안에서 풀어내며 전 세계 서브컬처 장르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해 유의미한 글로벌 성적을 낸 ‘P의 거짓’, ‘데이브 더 다이버’와 같은 작품들 역시 마찬가지다. 각각의 작품은 사실 따로 떼놓고 설명해도 부족하다. 하지만 여기서 간단히 풀어 설명하자면 대중적인 이야기를 자신들만의 참신한 세계관으로 해석해 구축하고 또 거기에 맞는 장르 기획으로 호평받았다.

기존 IP를 활용한 사례는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보여줬다. ‘나 혼자만 레벨업’ 기존 IP를 모바일 액션RPG로 충실히 이식했고 IP 흥행력을 거머쥐었다.

’국뽕‘이나 차오르자고 이런 사례를 나열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강점에 대한 힌트가 이미 몇 작품을 통해 드러났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료: 픽사베이)
(자료: 픽사베이)

■ 그래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좋은 스토리텔링이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는 없다. 게임 개발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이를 통해 적절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물과 개발사는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힌다.

좋은 게임 시나리오 기획 또는 작가를 찾는 데서부터 문제를 겪는다. 최근 중국 게임 업계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를 조명하기도 했는데 국내 업계의 게임 시나리오 환경과 유사해 보여 흥미로운 지점이 있다.

중국의 게임 미디어 츄레(Chu.app)의 5월 기고에 따르면 중국 게임 카피라이터와 기획자는 낮은 보수를 받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환경적으로 좋은 창작자가 등장하기 어렵다.

서브컬처 장르의 유행 이후 중국 내에서도 양질의 콘텐츠에 대한 요구가 생겼지만, 여전히 많은 게이머가 게임의 스토리텔링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고도 보고했다. 또 PC 온라인, 모바일 게임 위주의 시장 상황도 이야기로써 콘텐츠 품질을 낮춘다.

국내에서는 ‘블레이드 앤 소울’의 퀘스트 기획자였던 이진희 작가가 게임 기획 시나리오에 대해 다룬 책 ‘게임 기획자의 생각법’에서 국내 게임 시나리오의 구조적 문제를 다룬 바 있다. 책에서 앞서 설명한 중국 내 게임 업계에서 겪고 있는 문제인 PC, 모바일 위주의 시장 환경과 낮은 처우 등을 거론한다.

PC 라이브 서비스 환경에서 게임 시나리오 기획의 어려움은 2019년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다뤄진 ‘마비노기’ 시나리오 기획에서 자세히 다뤄지고 있다.
PC 라이브 서비스 환경에서 게임 시나리오 기획의 어려움은 2019년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다뤄진 ‘마비노기’ 시나리오 기획에서 자세히 다뤄지고 있다.

국내 게임 산업은 성장 둔화, 수익 감소, 개발 비용 증가, 규제 역차별 등의 어려움을 겪는 중이다. 그 진통은 곧 게임 산업을 성숙기로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성숙기에서 국내 게임 시장이 탈출구로 지목한 곳은 콘솔 플랫폼과 AAA 타이틀이다.

더불어 모바일, PC 시장에서도 높아진 게이머들의 눈높이에 맞춰 게임 안에서 스토리텔링의 중요도는 더욱 주목받는다.

결론적으로 국내 게임 산업이 주목해야 할 장소, 가야 할 길은 다소 명확해 보인다. 게임 개발 기술력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에 가까운 것은 이미 증명해 냈다. 그러나 국내 게임 중 글로벌 씬에 두각을 드러낸 훌륭한 게임 경험과 스토리텔링을 선사한 게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에 이르러 ‘J’ 라벨은 RPG 앞에 결합하여 한 축의 장르이자 게임 경험을 설명하는 단어가 됐다. 국산 콘텐츠 이곳저곳에 쓰이는 ‘K’ 라벨이 앞으로 게임 역사에 어떤 대명사로 자리매김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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