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30곡, 2시간, 60인 풀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낸 완벽한 화음
일상과 추억의 핵심을 울린 2부 연주... 유저 깊이 다가간 구성

수많은 '별'에게 바치는 서곡이자, 20년의 일상을 울리는 화음이었다.

23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마비노기' 20주년 오케스트라 콘서트 '별을 위하여' 전국 투어의 첫 공연이 열렸다. 1,600명 좌석은 예매 1분 만에 마감됐다. 

마비노기 감성과 매력을 이야기할 때 음악은 빠질 수 없다. 2004년 첫 출시부터 시대를 앞서간 감성적 BGM을 자랑했고, 20년 동안 모든 유저들이 공유하는 매개체로 자리잡았다. 이 오케스트라를 듣기 위해 앞다투어 예매 경쟁에 나선 것은 당연했다. 

공연 시작은 오후 5시였지만, 1시간도 더 전부터 콘서트홀 로비는 '밀레시안'들의 방문으로 가득했다. 각지에 포토존이 차려졌고, 세대와 성별을 불문한 관객들이 차례대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담았다. 미리 템플릿을 살펴보며 함께 온 친구와 세트리스트에 얽힌 추억을 이야기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별을 위하여' 부제는 유저를 향한 헌정을 담았다. 유저 캐릭터인 밀레시안은 '별에서 온 자'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다. 넥슨은 판타지 파티와 쇼케이스에서도 점성술사 업데이트로 20주년과 유저를 연관시키는 메시지를 전했다.

오케스트라는 기대 이상으로 꽉 찬 내용을 갖췄다. 인터미션 휴식 시간을 제외한 순수 연주 시간만으로 2시간을 넘겼다. 게임 팬들에게 친숙한 안두현 지휘자와 '아르츠심포니오케스트라'의 60인 풀 오케스트라가 함께 했다.

1부는 마비노기의 핵심 콘텐츠인 메인스트림을 관통하는 선곡으로 이루어졌다. 'G2: 팔라딘' 테마 '장엄한 광경'으로 시작해 'G26: 운명의 바람' 델기 테마곡 '고독이 개화하는 땅'까지. 그동안 유저들을 빠져들게 만든 스토리 속 명장면을 속 떠올리게 하는 한 흐름이 이어졌다. 

마비노기 음악을 관통하는 최중요 세션은 신디사이저와 현악기다. 당연히 오케스트라는 현악 파트가 핵심이 됐다. 특히 1부는 메인스트림 특성상 장엄함과 비장한 감성을 표현해야 하는 일이 많았고, 격정적인 지휘 속에 휘몰아치는 스트링 편곡이 감정을 극대화했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강렬한 곡은 'G20: 성역의 문' 피네 테마 '이제는 들리지 않네'였다. 당시 유저들이 느꼈을 처절한 비극이 더욱 잔인하게 가슴을 찔러오는 느낌을 줬다. 더욱 신비로운 편곡으로 원작 감성을 부풀린 '영혼의 오르골'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공연 시작 전 깜짝 등장해 인사를 전한 민경훈 디렉터
공연 시작 전 깜짝 등장해 인사를 전한 민경훈 디렉터

2부는 유저들이 더욱 자주 듣고 친숙하게 느껴지는 곡들이 자리잡았다. 메인 테마부터 '나오'의 테마, 그리고 가장 오래 머물러온 공간들의 테마곡이 60인의 연주를 통해 다시 피어올랐다. 

1부가 제너레이션 순서를 그대로 따라가는 대신 선곡 기승전결이 약했다면, 2부는 곡 배치부터 하나의 스토리텔링을 그렸다. 곡의 재해석도 인상적이다. 에이렌 테마 '어둠 속에서 빛나는 눈동자'는 빠른 템포의 바이올린 독주를 전면에 앞세우면서 원곡보다도 처연한 느낌을 선명하게 살렸다. 

플루아 테마 '지지 않는 꽃 걸음'은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한 곡이다. 원곡부터 아름다운 왈츠로 합주 감성이 살아 있었고, 이를 더욱 진화한 해석으로 채워냈다. 바로 이어진 또다른 유명곡 '최종무곡'은 원곡과 비슷한 빠른 템포로 어려운 연주를 해내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지는 지역별 테마는 마비노기의 일상을 현실의 판타지로 바꿔내는 시간이었다. 벨바스트, 라흐 왕성, 던바튼, 아브 네아 테마로 이어졌다. 마비노기를 즐겨왔다면, 가장 오랜 시간 꾸준히 들어왔을 곡들이다. 20년이 지나도 그 음악은 같은 자리에 있었다. 당시 게임 속 일상이 긴 시간을 지나 현실에 찾아온 것이다.

다음 곡으로, 마비노기 최고의 명곡으로 꼽히는 가이레흐 테마 '소년 모험가'가 흘러나왔다. 일상과 추억이 어우러지는 감동과 함께, 특별히 공들인 흔적이 역력한 연주 구성이 빛났다. 피아노와 키보드가 서로 주고받으며 진행하는 솔로 파트는 이번 편곡의 백미라고 할 만했다. 

마무리는 추억이었다. 나오 테마 '잠든 이를 위한 기도'에 이어 '흰 사슴 이야기'의 잔잔한 선율이 흘러나올 때는, 어딘가 좌석에서 작게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그리고 가장 유명한 곡, 마비노기 메인 테마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신 옛 전설'이 모든 감동을 하나로 묶으며 대미를 장식했다. 

공연을 마친 뒤 안두현 지휘자는 "여러분들에게 소중한 인생이자 추억인 게임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면서 "실제로 연주자들과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며 표현을 고민했고, 여러분의 경험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앙코르로 '소년 모험가'를 다시 한 번 연주했다.

한 30대 초반의 여성 관객은 "정신을 차려보니 마지막 곡이 다가올 정도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감상했다"면서 "음악 하나씩 들을 때마다 게임에서 겪은 순간이 떠올라 벅차올랐고, 평생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20대 후반 남성은 "오케스트라 관람은 처음인데, 익숙한 곡들이 최고의 연주로 눈앞에서 연주된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며 "정말 겨우 예매에 성공했는데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이런 자리를 만들어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다"고 전했다. 

마비노기 오케스트라 '별을 위하여' 전국 투어는 6월 29일 광주, 7월 13일 서울을 거쳐 9월 7일 부산에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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