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활로 찾기 바쁜 게임 업계... 광고 삽입이 새로운 수익 모델?

지난 8일 EA가 실적 브리핑에서 인게임 광고 삽입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 게이머들 사이에 분노가 일었다. 논란이 된 것은 앤드류 윌슨 CEO가 인게임 광고를 “의미 있는 성장동력이 될 기회를 갖는다”고 답변하면서다.

EA가 당장 AAA 게임에 광고 삽입을 고려하는 것은 아니다. 윌슨 CEO의 전체 답변을 살펴보면 EA는 게임 경험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광고 삽입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를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팀이 존재한다.

데이터 분석업체 스태티스타의 보고에 따르면 인게임 광고 시장은 2024년 1,096억 달러(한화 약 15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2027년까지 연평균 9.91% 성장률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소 높은 성장률이 책정된 모습이지만, 모바일에서 인게임 광고 삽입이 매해 증가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타당한 해석이기도 하다.

글로벌 인게임 광고 매출 예상치 (자료: 스태티스타)
글로벌 인게임 광고 매출 예상치 (자료: 스태티스타)

다만, AAA 게임에서의 인게임 광고는 아직까지 그 효과를 명확히 밝히기 어렵다. 많은 게이머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EA가 이번 발표에서 인게임 광고를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유저 커뮤니티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EA의 과거 전적 때문이다.

EA는 2020년 풀프라이스 패키지 게임 UFC4에 팝업 광고를 삽입했다. 모바일 인게임 광고와 유사하게 잠깐 전체 화면을 가렸다.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즉각 유저 반발에 직면했고 EA는 광고를 제거하고 사과했다.

거친 표현이지만, 비유하자면 영화관에서 제값을 주고 표를 산 관객이 중간 광고를 보게 되는 셈이다. 추가로 AAA 게임의 경우 보통 이용자의 몰입을 중시하는 경향이 크므로 게임 경험을 극심히 훼손하는 행위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질타 사이에서 흥미로운 발상도 가능하다. AAA 게임에 인게임 광고가 삽입되는 것이 달갑지는 않지만, 만약 풀프라이스 패키지를 무료로 즐기는 대신 인게임 광고가 삽입된 버전이라면 즐기게 될까? 같은 질문이다.

해당 질문은 사실 이미 지난해 12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의해 이뤄졌다. 당시 외신 보도에 따르면 MS는 자사의 구독 모델인 Xbox 게임 패스에 광고가 포함된 무료 모델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Xbox 게임 패스에는 데이원 게임 타이틀이 포함되므로 광고를 시청한 뒤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사실상 AAA 타이틀의 인게임 광고 삽입과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MS는 해당 모델 도입을 아프리카, 인도, 동남아시아와 같은 콘솔 보급률이 낮고 소득이 적은 곳에 우선 도입하는 것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PC, 콘솔 매출 비중이 낮은 국가가 아니더라도 유저에게 선택지를 준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 있는 모델로 인식됐다.

글로벌 OTT 시장에서 독주 중인 넷플릭스는 광고 모델 도입 후 1년 만에 해당 모델 사용자가 1,500만 명을 넘긴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10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넷플릭스는 “광고 모델 도입이 엄청난 성장을 가져왔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OTT 서비스들은 너도나도 광고 모델을 출시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다.

넷플릭스는 광고 모델 도입 1년 만에 1,5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자료: 넷플릭스)
넷플릭스는 광고 모델 도입 1년 만에 1,500만 명의 사용자를 모았다. (자료: 넷플릭스)

근본적으로 같은 궤의 구독 서비스라는 점에서 Xbox 게임 패스의 무료 광고 모델 도입은 확실히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수익성 측면에서 우려가 큰 게임 구독 서비스에 광고 모델이 기업에 중장기적으로 수익 기회를 가져올 수도 있겠다.

이렇듯 EA의 컨퍼런스 콜에서 골드만 삭스 애널리스트의 입에서 나온 AAA 게임 광고 삽입 질문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전 세계 게임 업계가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적극 검토하는 중이며 더욱이 AAA 게임 타이틀은 해가 지날수록 지속 불가능한 모델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문제는 역시나 게이머들의 반발이다. 인게임 광고가 만연한 모바일 게임은 보다 가벼운 게임 경험을 제공한다.

그와 반대로 몰입형 내러티브를 중시하는 풀프라이스 패키지 게임에 인게임 광고는 물과 기름처럼 어울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윌슨 CEO가 밝힌 대로 ‘매우 사려 깊은’ 방식이 채택되지 않을 경우 유저 민심을 완전히 저버릴 게 뻔하다.

AAA 타이틀 인게임 광고 삽입은 분명 달갑지 않은 일이다. 다만 몸집을 크게 불린 대형 퍼블리셔들이 꾸준히 수익 모델을 찾는 지금, 이른 시일 내에 게임에서 라면 광고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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