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의 유저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보이콧'과 '공론화'의 장
퍼블리셔와 개발사에게 목소리 직접 내는 게이머들

글로벌 ESD 플랫폼 스팀이 단순한 게임 유통망의 기능을 넘어 전 세계 게이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광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스팀은 하루 평균 최대 3천만 명 이상의 게이머가 38개 이상의 신작 게임을 즐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게임 유통 플랫폼이다.

게이머들은 스팀에서 간편한 구매 시스템을 통해 게임을 구매, 관리하고 필요시 환불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럼을 통해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있다.

2021년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 1억 3,200만 명을 기록한 스팀은 PC 온라인 유통 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경쟁 ESD 플랫폼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온라인 게임 스토어 PSN은 2023년 12월 월간 활성 사용자 수 1억 2,300만 명을 기록하며 스팀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그럼에도 소니의 PSN이 스팀을 따라가지 못하는 분야가 있는데 바로 스팀의 자유로운 커뮤니티 기능이다.

'헬다이버즈2' PSN 강제 연동 사태 이후 리뷰 추이 (자료: 스팀)
'헬다이버즈2' PSN 강제 연동 사태 이후 리뷰 추이 (자료: 스팀)

지난 3일 소니는 ‘헬다이버즈2’ 스팀 유저들에게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네트워크(PSN) 계정 연동을 강제한 이후 전 세계 유저들로부터 지탄받았다. PSN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는 국가에서는 게임을 즐길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예고됐고 게이머들은 거세게 반대했다.

유저들은 해당 이슈가 터진 직후부터 스팀 ‘헬다이버즈2’ 페이지에 부정적 리뷰를 게시했고 사흘 만에 22만 건에 달하는 부정 평가가 쌓였다.

6일 플레이스테이션이 공식 SNS를 통해 PSN 계정 연동 의무화 철회를 밝히면서 논란은 종식됐고 전 세계 게이머들의 의지가 대승을 거둔 사례로 남게 됐다.

한편, 이와는 반대로 최근 유저들의 응원이 담긴 리뷰 러쉬가 이어진 사례도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 스튜디오 효율화로 정리된 개발 스튜디오 탱고 게임웍스의 ‘하이파이 러시’에 유저들의 응원의 리뷰가 쌓인 것.

‘하이파이 러시’는 지난해 1월 혜성같이 등장해 참신한 게임성으로 평단과 유저 호평을 모은 바 있다. 비록 거대 흥행을 거머쥐지는 못했지만, 스팀 리뷰 압도적 긍정적으로 게임성에 대한 평가는 아주 높다.

이와 같은 게임을 개발한 스튜디오의 정리 소식이 알려지자, 게임 팬들이 스팀 페이지에 모여 응원 리뷰를 달았다. 이는 탱고 게임 소프트웍스를 폐쇄한 직후 Xbox 브랜드 가치를 올리기 위해 상을 줄 수 있는 작은 게임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Xbox 맷 부티 대표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의 반발이기도 했다.

유저들의 집단 행동이 스팀으로 모이는 것은 스팀의 자유로운 커뮤니티 시스템과 높은 노출도 덕분이다. 스팀은 게임 스토어 페이지에서 유저 평가를 주요 정보 다음으로 우선 노출하는 사용자 경험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다.

30일 이내 전액 환불 등 유저 친화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한 CDPR의 GOG의 경우에도 크리틱 리뷰와 4줄 이상의 추천 게임 목록 다음으로 유저 평가를 노출한다.

이는 게임과 게임 개발자에 대한 철학이 플랫폼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단적인 예로 스팀의 경쟁자 중 하나인 에픽 게임즈는 스토어 출시 당시 유저 커뮤니티의 해악성을 우려하며 리뷰와 커뮤니티 기능 추가를 꺼려했다.

이후 2022년 추가로 선보인 리뷰 시스템은 리뷰 폭탄을 막기 위해 2시간 게임 플레이 이후에나 평가가 가능하게 했다.

에픽 게임즈 스토어의 리뷰 시스템 (자료: 에픽게임즈)
에픽 게임즈 스토어의 리뷰 시스템 (자료: 에픽게임즈)

한편, 스팀은 유저 커뮤니티 대부분의 활동에 도덕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문제의 소지가 있지 않다면 이를 차단하거나 막지 않는다. 일례로 지난 2월 논란을 낳은 해외 개발사 스윗 베이비가 참여한 게임 리스트를 정리해 알리는 큐레이션에 대해 비판이 쏟아졌지만, 스팀은 어떠한 조치도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스팀의 유저 커뮤니티가 해악을 끼친다는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외신에서도 주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스팀의 거대 커뮤니티가 오히려 유저와 개발자 간 소통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랜 시간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도 높은 유저 친화 정책은 앞선 사례들처럼 전 세계 게이머들을 모을 수 있는 커뮤니티 형성에 기여했다. 유저들이 개발사나 퍼블리셔의 입장을 전달하고 공론화하며 보이콧할 수 있는 기능으로 탁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스팀이 게이머들이 집단을 이뤄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광장의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ESD 플랫폼 중 사실상 유일하게 이런 역할을 담당한다. 커뮤니티의 독성과 광장의 이로움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스팀의 유저 친화 정책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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