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메타 바꾼 2015년 게임... 지금도 '아이돌 마스터' IP 최고 성적
운영 축소 후 의문의 콜라보 내용, 콘텐츠 삭제와 과금 유도로 분노 커져
"서비스 종료 수순?" 사이게-반남 양쪽 침묵에 속 타는 팬들

역대급 흥행을 이뤘고, 지금도 견실한 실적을 가진 게임이 돌연 억지로 서비스 종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만큼 팬들의 당혹감과 분노도 커진다.

사이게임즈가 개발하고 반다이남코가 판권을 가진 '아이돌 마스터 신데렐라 걸즈 스타라이트 스테이지(데레스테)'는 일본에서만 8년 넘게 서비스를 이어온 게임이다. 때문에 국내 인지도는 크지 않지만, 서브컬처 리듬 게임 장르의 역사를 가장 크게 바꾼 게임으로 꼽는 데 이견은 없다.

3D 모델링 뮤직비디오, 의상별 픽업과 인게임 반영, 스킬 체제, 악곡 난이도 레벨 표기법 등 지금까지 흔하게 쓰는 방식이 모두 이 게임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2015년 출시 시점에서 압도적인 퀄리티를 자랑했고, 지금까지 신선한 연출을 보여주고 있어 개발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문제의 시작은 지난해 12월, 새해를 앞두고 발표된 운영 축소 공지였다. 1월부터 신곡 이벤트를 월 2회에서 1회로 줄이고, 신규 SSR 아이돌 인원도 조정된다. SR 아이돌은 더 이상 추가되지 않는다. 스마트 라이브, 포토스튜디오 같은 부가적 콘텐츠도 업데이트 빈도를 조정한다.

예년처럼 연말 카운트다운과 새해 이벤트를 기다리던 팬들을 싸늘하게 만드는 소식이었다. 전작인 '신데렐라 걸즈' 소셜 게임도, IP의 다른 분가인 'SideM'도 동일한 과정을 거치면서 서비스 종료 단계를 밟은 과거가 있다.

8년간 달려온 기자의 플레이 기록이 담긴 명함
8년간 달려온 기자의 플레이 기록이 담긴 명함

■ 버추얼 아이돌과의 콜라보, 문제는 '버려지는 내부 콘텐츠'에 있었다

그 가운데 홀로라이브 소속 버튜버 '호시마치 스이세이'와 역대 최대 규모 콜라보를 실시하면서 불만은 더욱 커졌다. IP 외부 아이돌을 끌어온 형태에, 기존 아이돌들의 신곡과 캐릭터가 나올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게임 내 최고 인기 캐릭터인 '카에데'와 듀엣 의상을 출시하고, 두 캐릭터 가챠를 분리 없이 한 곳에 집어넣어 원하지 않아도 함께 뽑아야 하는 상황을 유도하기도 했다. 기존 캐릭터들을 저평가하고 스이세이를 일방적으로 칭송하는 이벤트 스토리 역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밖에도 카에데 신규 카드 대사마저 스이세이 찬양으로 가득한 점, 스이세이 SSR에 현재 가장 필요한 스킬을 달아준 점, SR에도 전용 의상을 따로 배치하고 생일 메시지를 따로 만드는 등 기존 아이돌도 받지 못한 대접을 몰아주는 점 등 수많은 불만 요소가 떠올랐다. 데레스테 캐릭터 중에는 아직도 SSR 의상을 단 하나만 가진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게임 불만 표출을 지나칠 정도로 자제하는 일본에서, 유저들이 "그냥 대놓고 팬들 나가라고 해라"고 공식 계정에 멘션을 달 정도이니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기본 콘텐츠의 팔다리를 다 자른 뒤 수요 없는 외부 콜라보를 무리하게 실시할 때 나올 수밖에 없는 반응이다.

■ 콘텐츠는 전부 삭제하는데, 과금 상품만 촘촘하게 당긴다?

축소 발표 후 실시되고 있는 게임 운영도 예고한 것 이상으로 파행이 벌어졌다. 전형적인 서비스 종료 수순인데, 그 속도 역시 매우 성급하다.

데레스테 출시 이전부터 12년 동안 연재해온 만화 '신데렐라 극장'이 연재가 종료되고, 마지막 화에서 사실상 마지막을 암시하는 내용이 들어갔다. 게임 내 캐릭터들의 SNS 콘텐츠인 '신데렐라 포스트(데레포)'도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듯한 메시지와 이미지가 이어진 뒤, 이달부터 추가가 없다.

팬들의 의심은 발렌타인과 화이트데이를 거치면서 확신으로 바뀌었다. 특별한 날 출력되는 캐릭터별 대사조차 사라졌다. 지난해까지 쓰던 대사를 그대로 넣어도 되기 때문에 비용 절감과도 관련이 없다. "의도적인 정 떼기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신데렐라 극장 와이드 최종화 마지막 장면
신데렐라 극장 와이드 최종화 마지막 장면

그리고, 서비스 내내 본 적이 없었던 가챠 공지가 올라왔다. 4월 4일부터 할로윈 한정 가챠를 복각한다는 것. 물론 할로윈 한정은 매년 9월에 열렸고, 복각도 같은 시기 실시됐다. 올해 9월엔 게임이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했다. 

반면 인기캐 위주로 2차를 돌리기 시작한 페스, 느와르 페스의 신규 추가 중단, 갑작스런 스카우트 매달 판매 등 과금 유도는 총체적으로 커졌다. 신규 콘텐츠를 극단적으로 줄였는데, 동시에 단기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은 모두 동원한다. 당연히, 팬들의 분노만 커진다. 

팬들의 당혹감이 분노로 변한 4월의 할로윈 가챠 복각 공지
팬들의 당혹감이 분노로 변한 4월의 할로윈 가챠 복각 공지

■ 성적은 누가 봐도 팔팔한 현역 게임... "대체 왜?"

어떤 라이브 게임이든 실적에 회생 가망이 없다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그러나 현지 유저들이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있다.

'데레스테'는 2024년 현재도 아이돌 마스터 IP 게임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벤트별 활성화 유저 역시 최소 10만 명을 넘긴다. 서비스 종료급은커녕, 일반적인 중견 게임사에서 신작 목표치로 꿈꿀 만한 수준이다.

또한 반다이남코가 직접 개발한 각 시리즈 차기작들이 성과가 좋지 않았고, 차기 신작 '학원 아이돌 마스터(가쿠마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언제나 게임이 기반인 IP이기 때문에 절대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다. 

8년 동안 이렇게 빨리 SSR를 뽑았는데 기분이 전혀 좋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8년 동안 이렇게 빨리 SSR를 뽑았는데 기분이 전혀 좋지 않은 적은 처음이었다

그 와중에 8년 반을 지나서도 유일하게 안정적 성과를 내는 데레스테가 '억지로 문을 닫으려는' 행보를 보인다. 심지어 팬들의 기분도 의도적으로 망치려는 듯한 메시지를 전하면서, 향후 운영에 대해 아무런 피드백이 없다. 굉장히 희귀하고 미스테리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팬들의 추측은 사이게임즈와 반다이남코의 관계에 쏠린다. 개발사 사이게임즈가 급성장을 거듭하면서 데레스테는 지나치게 큰 두 기업의 동거 구조가 됐다. 수익을 나눠 가지는 만큼, 투자 효율 문제나 각종 협업에서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데레포' 마지막도 세계관의 끝을 정리하는 듯한 이미지로 가득했다
'데레포' 마지막도 세계관의 끝을 정리하는 듯한 이미지로 가득했다

수많은 추측과 루머가 난무하지만, 추측밖에 할 것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데레스테가 서비스를 이어온 8년 반 동안, 출시 극초기를 제외하면 디렉터 등 개발자가 직접 출연해 소통 방송을 진행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지금 게임의 중요 결정을 하는 주체가 사이게임즈인지 반다이남코인지도 알 수가 없는 상태다. 유저들은 지금 디렉터가 어느 쪽 소속인지도, 심지어 이름조차 모른다. 모든 것이 베일에 감춰져 있으니 분노를 표출할 대상도 찾지 못한다.

데레스테의 서비스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시리즈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는지 등 모든 의문은 미궁 속이다. 다만 내부에 어떤 사정이 있든, 지금의 '억지 문 닫기'가 양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확실하다. 

실망을 넘어 분노를 안게 된 팬들이 같은 기업의 다른 시리즈에 안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운영측에서 명확한 메시지를 감추고 있는 사이, 한때 서브컬처를 지배했던 시리즈의 생명력과 팬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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