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퀄리티와 디테일, '슬더스' 식 덱빌딩 로그라이트 육성
매 육성마다 다음 회차 기대하게 만드는 '확정 성장'이 재미 만들어

'우마무스메'인 줄 알았지만 '슬레이 더 스파이어'였다. 그리고 이 방향성은 정답이었다.

'학원 아이돌 마스터'는 줄여서 '학원마스', 혹은 '가쿠마스'로 불린다. 아이돌 마스터(아이마스) 시리즈의 신규 시리즈로 지난 5월 16일 출시됐다. 한 달 동안 일본 시장에서 선풍적인 화제와 매출을 견인하며 IP 전작들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또다시 육성 장르이기 때문에 우려도 많았다. IP 근본 장르이긴 하지만, 최근 결과가 좋지 않았고 일본 시장에 우마무스메라는 거산도 있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돌 마스터 샤이니 컬러즈: 송 포 프리즘(샤니송)'의 육성 시스템은 완전한 실패였다. 

하지만 '학원마스'의 초반 반응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호평이 홍수처럼 쏟아진다. 무엇이 이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지금까지 플레이한 결과, 재미 핵심은 한 마디로 요약된다. 육성마다 성취하게 되는 '확정 성장'이다.

■ 모델링 깎는 장인들, 퀄리아츠가 해냈다

가장 먼저 퀄리티가 눈에 들어온다. 개발을 퀄리아츠가 맡았고, 이들의 전작 '아이돌리 프라이드'는 3D 애니메이션 모델링에서 최고 수준 중 하나로 인정을 받았다. 그것을 입증하는 동시에 더 발전한 디테일로 놀라움을 준다. 

라이브 무대에서 모델링의 모션과 안무도 시리즈 단점에서 장점이 됐다. '샤니송'은 아무리 시리즈 전통이라지만 안무가 시리즈 초창기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어디에 전파하기도 민망한 모양새였다. 트렌드에 맞는 곡이 다수 포진됐고 BGM도 게임 곳곳에 적절하게 활용되어 게임 만족도가 전체적으로 높다. 

그러면서도 기본 정체성은 지킨다. 초기 라이브는 음치 수준에 춤도 어설픈 버전을 따로 준비하고, 육성이 잘 되면 실제 실력이 향상된 라이브를 보여준다는 점은 참 '아이마스'다운 정체성이면서도 재미 요소다. 

■ 덱 빌딩, 기물, 패시브... 맛있게 비벼 깎아낸 '아이돌 슬더스'

육성 방식은 이 게임만의 돌파구를 찾았다. 서포트 카드와 계승 존재 때문에 파워풀 프로야구와 우마무스메 방식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플레이는 가볍게 응축된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 매우 가깝다. 덱 빌딩 로그라이트다. 

덱의 클래스, 즉 '플랜'은 현재 두 종류로 나뉜다. '센스'와 '로직'이다. 전자는 집중과 호조 스택을 쌓아 스코어 밸류를 점차 올리고, 후자는 의욕으로 원기를 채워 시너지를 터트리거나 호인상으로 누적 스코어를 올리는 등 조금 더 테크니컬한 덱이다.
 
아이돌마다 어떤 플랜을 쓰는지 정해져 있고, 쓰는 카드도 플랜에 따라 완전히 다르다. PvP 콘텐츠인 콘테스트도 둘이 다른 클래스로 분류되어 따로 편성해야 한다.

'슬더스'처럼 기물 개념의 P아이템 역시 존재하고, 랜덤으로 카드와 소비 아이템을 입수하며 카드 강화도 가능하다. 육성이 끝나고 P레벨이 오르면 더 다양하고 유용한 카드와 기물이 해금된다. 플레이 기본 뼈대가 거의 같다. 

자신의 플레이 흔적은 '메모리'로 쌓여 또다른 능력을 발현한다. 메모리는 우마무스메의 인자와 비슷하지만, 확률적 계승이 아니라 하나의 카드이자 어빌리티로 합류한다. 더욱 직관적이고 확정 이득이라는 의미다.

익숙해지면 한 번 육성이 프로 난이도 기준 15분 안팎이면 끝난다. 부담이 적은 시간이다. 육성은 다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운이 많이 작용하지만, 매번 다양한 변수가 있고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내 덱이 강해진다는 느낌을 준다. 서포트 카드도 SSR 풀돌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덱 편성 따라 활용이 가능하다.

적어도 지금 시점은 과금을 하지 않아도 플레이마다 성장 체감이 온다. 물론 패스 상품이나 간단한 패키지를 구매하면 더욱 가속이 되고, 현재 픽업을 애정으로 꼭 획득하려 한다면 주얼 구매 부담이 매우 크겠지만. 

전체적으로, 학원마스는 모처럼 정말 잘 만든 아이마스다. 육성 장르의 피로감은 슬더스의 덱빌딩 로그라이트를 통해 재미로 승화했고, IP 특유의 감성은 지금 시대에 맞게 소화해냈다. 바로 다음 육성에 손이 갈 수밖에 없도록 하는 동기부여도 쉬지 않는다.

방치형 보상과 SSR 카드 무료 보상도 부담 줄이는 방향으로 잘 섞었다
방치형 보상과 SSR 카드 무료 보상도 부담 줄이는 방향으로 잘 섞었다

■ 모처럼 나타난 '아이마스' 수작, 서비스 확대는 최대한 빨리 해주길

한국 서비스는 없으니 결국 언어 장벽이 부담이다. 일본 서버에 찾아가서 플레이는 어렵지 않지만, 학원마스는 카드 능력 파악과 커뮤니케이션 및 스토리 감상이 게임 핵심이다. 모두 텍스트가 중요하다. 이를 하나씩 번역하며 보려니 피로감이 크다. 

최근 서브컬처 주류로 떠오른 IP들은 모두 다양한 국가로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면 아이마스는 아직 일본 서비스와 사업에 주력하는 편이다. '밀리시타'의 아픈 과거가 있기도 하지만, 애초에 언어 장벽이 적은 리듬 게임을 2년이나 지나서 낸 잘못과 코로나19 변수가 크게 작용한 사례다.

물론 IP 자체가 당장 현지부터 다급하게 반등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커뮤니티 해외 언어 지원도 종종 보이는 만큼 글로벌 서버나 한국 서버 가능성은 열려 있다. 자리를 잡았다면 최대한 업데이트 차이가 크지 않도록 빠른 진출을 해주길 바라게 된다.

이번 게임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아이마스는 침몰 위기였다. 학원마스는 2024년 선보일 아이돌 육성 게임이 성공하기 위한 최적의 답안을 찾아냈다. 앞으로 즐길 거리를 꾸준히 추가한다면 일본의 대표 신규 타이틀로 자리잡으리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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