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G2, 월즈 결승 하나만을 앞두고 FPX에 좌절
2015년 T1, MSI 결승 한 세트만 더 잡았다면

아무도 끝까지 닿지 못한 금빛 길이 '리그 오브 레전드'에  존재한다. '골든 로드', 하나의 팀이 1년 동안 열리는 모든 메이저 대회를 석권하는 업적을 뜻한다.

국내 리그 중 스프링과 서머 2개 스플릿, 국제전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과 월드 챔피언십(월즈)까지 총 4개 대회가 달성 과제다. 본래 '그랜드 슬램'으로 통칭해온 개념에서, 2023년부터 라이엇 게임즈가 '골든 로드'라는 단어를 공식으로 표현하며 점차 자리잡고 있다.

4개 대회 연속으로 우승하는 조건만 달성할 경우는 '논-캘린더 그램드 슬램'으로 불린다. SK텔레콤 T1이 2015년 서머부터 2016년 MSI까지 우승해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1년 단위로 모든 대회를 싹쓸이해야 하는 '골든 로드'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LCK 팀이 골든 로드 달성 여부를 논할 수 있게 된 것은 7년 만이다. MSI는 2017년 T1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유독 LCK와 연이 없었다. 대신 LPL이 봄의 영광을 모두 거머쥐었다. 물론 월즈는 한국에서 연이어 차지했지만, 매번 골든 로드를 막아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이 기분 좋은 일은 아니다.

젠지는 올해 스프링 우승에 이어 MSI 트로피를 다시 LCK에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모처럼 한국에서 나온 골든 로드 후보팀이 됐다. 남은 과제는 서머 스플릿과 월즈다. 현재 경기력이라면 가능성이 있지만, 마지막 한 발짝에 도달하지 못한 팀도 많다. 

유럽 역대 최강 라인업으로 회자되는 2019년 G2
유럽 역대 최강 라인업으로 회자되는 2019년 G2

골든 로드에 가장 가깝게 다가간 팀은 2019년 G2가 꼽힌다. 유럽 역대 최강팀이자 LCK의 공포로 불리기도 한 팀이다. 

자국 리그는 물론 2019 MSI 결승을 3:0으로 휘어잡았고, 월즈 결승까지 올라오면서 희대의 대기록까지 단 한 매치 승리만 남겨놓았다. 그러나 펀플러스 피닉스(FPX)에게 무기력하게 셧아웃을 당하며 월즈를 내줬고, LPL에 유독 약하다는 단점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다음으로 가까웠던 팀은 2023년 징동 게이밍(JDG)이다. 모든 트로피를 휩쓸면서 막을 팀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월즈 4강에서 T1의 우승 로드 희생양이 됐다. 당시 '페이커' 이상혁의 "골든 로드, 저희가 막겠습니다"라는 티저 영상 멘트가 더욱 극적인 복선으로 추앙받는 이유다.

2018년 RNG도 월즈까지 그랜드슬램 도전 상태로 진격했으나, 8강에서 G2에게 당시 기준으로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주저앉았다. 월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교훈을 각인시킨 사례 중 하나다. 

징동의 '골든 로드'를 막아내고 정상에 오른 2023년 T1과 '페이커'
징동의 '골든 로드'를 막아내고 정상에 오른 2023년 T1과 '페이커'

'결과적으로' 아쉽게 놓친 팀도 여럿 존재한다. 대표 사례가 T1이다. 2015년 MSI 결승에서 풀 세트까지 가는 혈전 끝에 EDG에게 우승을 내줬고, 이것은 그해 SK텔레콤 T1이 가지지 못한 유일한 트로피가 됐다. 한 세트만 더 잡았더라면 월즈의 압도적인 우승은 더욱 크게 빛났을 것이다. 

T1은 2016년에 MSI와 월즈를 동시에 차지한 유일무이 팀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LCK 서머 스플릿에서 주춤하며 3위에 머무른 것이 발목을 잡았다. 4개 대회를 모두 우승한다는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

골든 로드가 까다로운 이유는, 'LoL'이 1년 내내 절정의 기량을 유지하기 매우 어려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매번 패치마다 메타가 요동치며, 중요한 챔피언 픽과 조합이 모두 달라진다. 녹아웃 스테이지에 들어서면 단 하루만 상태가 저조해도 도전은 끝난다.  

그래도 젠지에게 가능성은 충분하다. '기인'-'캐니언'-'쵸비' 상체 선수들의 최대 강점은 매우 넓은 챔프폭과 꾸준함이다. 긴 커리어 동안 부진한 기간이 거의 없었다. 여기에 '페이즈'와 '리헨즈' 바텀 듀오가 상승세를 거듭하고 있다. 매우 특이한 메타가 오지 않는 이상 계속 한 손에 꼽힐 만한 우승 후보다. 

매우 어렵고 아직도 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도 완성하지 못했기에 지켜볼 가치가 있는 길이다. 다음 관문인 LCK 서머 스플릿은 6월 12일 개막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게임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