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3시즌 침묵은 제자리걸음 아닌 전진... '캐니언'의 커리어
두려움을 찾아 젠지로 온 '캐니언', 두 번의 값진 우승

‘캐니언’ 김건부는 ‘역체정'에 올랐나?

어느 스포츠 팬의 가슴을 뛰게 하고 싶다면 ‘역체’라는 말을 꺼내면 된다. ‘역체’는 역대 최고의 준말로 커뮤니티, 특히 ‘LoL’ e스포츠 프로 리그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이다.

‘역체’ 논쟁은 그 선수의 팬도 그리고 그 선수와 경쟁하는 선수의 팬도 그리고 과거의 영광을 이룬 선수의 팬까지 소환하는 마법 같은 말로 매해, 매 시즌 기록을 갱신하는 스포츠 씬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지난 17일 ‘리그 오브 레전드’ 시즌 전기 국제대회 MSI 2024가 젠지e스포츠 선수단의 우승으로 마무리됐다. 오랜 기간 리그를 지켜본 팬의 입장으로써 7년 만에 이룬 LCK의 MSI 우승은 그야말로 값진 승리였다.

특히 기자는 2022, 2023 MSI 당시 LPL에게 받은 참패를 유독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RNG의 샤오후에 이어 등장한 BLG의 ‘나이트’가 이번 봄에 또 어떤 모습을 보일지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젠지는 그런 설욕을 되갚기라도 하듯 매치 무패 우승을 이뤄냈고 과정에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젠지 다섯 명 선수 모두 역대급 경기력을 선보였고 LCK 스프링에 이어 커리어 하이를 이뤄냈다. 그중에서도 ‘캐니언’은 이번 우승으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정글러가 되면서 다시 한번 이견의 여지 없는 역체정(역대 최고 정글러) 반열에 오르게 됐다.

‘캐니언’은 2019년 담원 게이밍 소속으로 LCK에 승격된 이후 2020 LCK 서머를 시작으로 우승 커리어를 찍어내기 시작한다. 정점은 2020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으로 당시 '쇼메이커'와 함께 상하이를 도서관으로 만들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2021년 당해에도 리그 우승컵은 ‘캐니언’이 속한 담원 기아가 손에 쥐었지만, 2022년부터 팀 리빌딩 이후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2024년 LCK 스프링을 앞둔 스토브리그에서 젠지로 이적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친정을 떠나며 그는 팬들에게 편안함보다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찾기 위한다고 밝혔다. ‘캐니언’의 목적은 모든 선수들이 그러하듯 우승이었고 이를 이뤄줄 팀이 곧 젠지라는 판단을 내렸다.

‘기인’, ‘캐니언’, ‘쵸비’로 이어지는 상체 황금 라인업을 완성한 젠지는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기인’은 데뷔 후 8년간, 캐니언은 2021 서머를 마지막으로 약 3년 동안 결승전과 연이 없었다. 증명이 요구되는 시즌이 시작됐다.

2024 LCK 스프링 시작과 함께 젠지는 독주했다. 정규 시즌 내내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준 상체 라인업은 결승전에 이르러 더 날카로워졌다.

3대2로 승리한 T1과의 혈전에서 ‘캐니언’은 4세트 2대1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즌 중 한 번도 선보인 적 없는 카직스 카드를 꺼낸다. 팀을 위기에서 구원하며 5세트 승리까지 성공, 우승을 제 손으로 이뤄낸다.

우승과 함께 MSI 1티어로 출전했지만, ‘캐니언’과 젠지는 다시 증명을 요구받는다. 현직 프로 선수 모두 대회마다 증명을 거듭하기 마련이지만, 국제전에서만 유독 힘을 쓰지 못해 국제전의 젠지라는 오명을 가진 젠지가 이번 MSI에서도 참패할 경우 해당 오명을 이어서 가져가게 될 터였다.

그러나 젠지는 이번 국제전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MSI에서 젠지를 3대0 셧아웃한 BLG를 승자조에서 만나 3대2로 승리하고 다시 결승에서 만나 시리즈를 완벽히 지배, 3대1로 승리했다. 젠지는 여러 챔피언 픽 시도로 상대가 예상하기 어려운 밴픽 흐름을 보여주는 등 그야말로 완벽한 준비였다.

캐니언은 시리즈 서막을 알리는 1세트 카서스를 꺼내 들어 슌과의 대결에서 정글 차이를 제대로 냈다. 뿐만 아니라 이후 인터뷰에서 샤코 정글까지 따로 연습한 것까지 알려지며 젠지의 철저한 준비성이 빛났음이 드러났고 그 중심에는 ‘캐니언’이 있었다.

자료: 라이엇 e스포츠
자료: 라이엇 e스포츠

두려움을 마주하기 위해 익숙한 친정을 떠난 ‘캐니언’은 젠지에서 두 번의 값진 우승을 이뤄냈다.

이미 월드 챔피언십 우승이라는 국제전 커리어 하이를 가진 ‘캐니언’은 우승을 향해 멈추지 않았다. 이번 MSI 우승으로 증명된 것은 단순한 트로피 커리어가 아니다. 2022-23시즌 침묵이 제자리걸음이 아닌 전진이었음을 말한다.

젠지와 ‘캐니언’은 다시 한번 리그 트로피를 향해 도전하며 더 나아가 월드 챔피언십까지 향하며 캘린더 그랜드슬램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까지 넘본다.

‘역체정’ 논쟁은 사그라들고 있다. 이번 여름 ‘캐니언’이 반론조차 불가능할 만큼의 커리어 최대 기록을 다시 한번 써낼까. 앞으로 행보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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