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 전 사건으로 중국 현지 반감, 솔랭 트롤링 및 괴롭힘으로 이어져
유쾌한 소통과 애정 표현으로 여론 돌려... 마스터스 우승 '화룡점정'

"우리는 너희 사랑하는데, 왜 우릴 미워하는 거야?"

젠지 발로란트 팀의 '텍스쳐' 김나라가 지난달 중국 랭크 게임 도중 참다 못해 영어로 던진 질문이다. 현지 유저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애쓴 젠지 선수들이 아시아 최초 국제전 우승 대기록을 달성하자 이 드라마는 더욱 화제가 됐다.

5월 23일 개막한 마스터스 상하이는 6월 9일 최종 결승으로 마무리됐다. 젠지는 퍼시픽 리그 2번 시드로 스위스 스테이지부터 참여했고, 가장 오래 상하이에 머무른 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선수들의 랭크 게임 연습은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같은 팀에 젠지 선수가 있음을 눈치 챈 중국 유저 중 일부는 "젠지를 이기게 할 수 없다", "여기서 나가라"며 고의 트롤링으로 게임을 지게 만들었다. 아군임에도 불구하고 선수에게 섬광탄을 던져 눈을 가리기도 했다. 게임 성립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텍스쳐'는 팀 소속을 들키지 않기 위해, 착용하고 있던 젠지 번들 스킨까지 버리고 중국 팀 EDG 번들로 바꿔 끼며 총을 뿌리고 다니는 등 웃지 못할 장면까지 연출해야 했다. 이런 모습이 선수들 스트리밍을 통해 고스란히 노출되며 안타까움은 커졌다.

EDG 스킨을 끼고 팀을 숨겨야 했던 '텍스쳐' (화면: 5월 27일자 치지직 라이브)
EDG 스킨을 끼고 팀을 숨겨야 했던 '텍스쳐' (화면: 5월 27일자 치지직 라이브)

젠지를 향한 중국 유저들의 반감은 지난해 12월 생겼다. '리그 오브 레전드' 행사 공지에서 대만의 국가 표현에 사과하던 중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민감한 단어를 지지하는 선언을 했고, 국내를 비롯한 주변 지역 팬들의 항의가 빗발친 끝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중국 중계 방송들 역시, 3월 마스터스 마드리드 경기에서 젠지 로고를 노출하지 않는 등 암묵적 '패싱' 의미를 전했다. 여기에 젠지 LoL 팀이 5월 중국 청두에서 열린 MSI에서 중국 팀을 모두 연파하며 우승을 차지하자 반감은 더욱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흐름은 조금씩 변했다. 텍스쳐를 필두로 한 젠지 선수들은 솔랭 내내 현지 유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을 시도하며 유쾌하게 임했다. 짧은 중국어로 농담을 건네고, 밝게 응원하면서 게임을 캐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여론은 조금씩 누그러졌다.

여론이 완화되면서 응원을 건네기 시작한 현지 팬들 (화면: 텍스쳐 유튜브 채널)
여론이 완화되면서 응원을 건네기 시작한 현지 팬들 (화면: 텍스쳐 유튜브 채널)

특히 텍스쳐는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가진 선수였고, 미움을 받던 영상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매너 없는 유저 행위를 향한 비판 여론이 형성됐다. 중국 커뮤니티에서도 "팀이 싫을 수 있지만 왜 인게임에서 선수를 방해하느냐", "괴롭힘에도 소통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부끄럽다" 등 자성의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젠지는 한국 최초, 퍼시픽 최초, 아시아 최초 발로란트 국제전 우승을 달성하면서 역사를 새로 썼다. 

경기장에서 압도적으로 상대 팀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실력으로 이겨냈으며,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가는 자세도 잃지 않았기에 의미가 더욱 크다. 야유를 환호로 바꾼 선수들의 행보로 인해 다음 리그와 챔피언스를 향한 기대가 부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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