렐루게임즈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
AI 음성 인식 시뮬레이션 / 스팀 얼리 엑세스

이 게임에는 한 가지 준비물이 있다. 그것은 개인의 모든 존엄적 가치를 포기하고,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몰려오는 수치심을 감내할 결의가 의지 말이다. 어찌 보면, 이 게임은 인간의 존엄성이 가진 가치를 되묻는 철학적 시도인 셈이다.

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 렐루게임즈가 개발한 게임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이 23일 얼리 엑세스로 출시됐다. 그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우리 심신에 적지 않은 내상을 입히니, 앞으로는 ‘마법소녀 루루핑’ 정도로 줄이겠다.

한때 철학도로서 마법소녀 루루핑을 플레이하며 많은 감명을 받았다. 이 게임은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 안에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카프카의 도끼 같은 작품이다.

철학자들은 종종 우리의 인식을 깨기 위해 극단적인 반례를 제시하곤 한다. 이 극단적인 예시에도 동일한 인식을 적용할 수 있는지 묻기 위해서다. 플라톤이 “인간은 두 발로 걷는 깃털 없는 짐승”이라고 말하자, 디오게네스가 깃털을 모두 뽑은 닭을 들고와 “이것이 플라톤이 말한 인간이다”고 말한 것처럼 말이다.

말하자면 마법소녀 루루핑은 철학자의 극단적인 반례다. 사람의 손길이라고는 일만치도 찾아보기 힘든 AI 생성 리소스는 게임 산업에서 인간 노동의 가치를 되물으며, ‘마음만 먹으면’ 30분 만에 클리어할 수 있을 정도로 최소화된 구성은 “게임이란 무엇인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재고하게 만든다.

마약 같지만 마약이 아니다. 아스파탐이다.
마약 같지만 마약이 아니다. 아스파탐이다.

그 뿐만인가. 평범한 보험회사 부장이 마법소녀로 변신해, 대마법소녀의 노인연금을 수탈하는 악당을 막는다는―귀와 눈 모두를 의심케 하는―이야기는 출산율 감소의 심각성과 누구도 신뢰할 수 없게 된 냉혹한 현 세태를 교묘하게 풍자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묻는다. “이 게임을 위해 자신의 존엄성을 포기할 수 있는가?”

앞서 ‘마음만 먹으면’ 30분 만에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다고 말한 이유가 있다. 이 게임을 위해선 개인이 가진 사회적 지위와 자존감 같은 모든 존엄적인 가치를 포기하고 밀물처럼 밀려오는 거부감과 수치심을 감내하겠다는 굳은 결의가 필요하다. 이 결의가 있다면 30분 만에 게임을 끝낼 수 있지만, 없다면 몇 시간이 걸려도 그 끝을 맞을 수 없다.

저기 나오는 주문을 '직접' 제대로 읽어야만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참고로 이 정도 주문이면 순한 맛이다.
저기 나오는 주문을 '직접' 제대로 읽어야만 게임 진행이 가능하다. 참고로 이 정도 주문이면 순한 맛이다.

사실 이 리뷰는 한 기자의 부끄러움에 대한 고백이기도 하다. 그렇다. 기자는 이 게임을 위해 잠시나마 모든 존엄성을 포기해 그 끝을 거머쥐었다. 한때 철학도이면서 동시에 성우 지망생이었던 기자는 준비했던 모든 경험을 살려 게임을 30분 만에 클리어했다. 그 끝에 남은 것은 사라진 존엄성의 빈자리에서 오는 공허함과 불현듯 찾아오는 부끄러움뿐이다.

이 화면을 만났을 때 기자가 어떤 심정을 느꼈을지 상상해보길 바란다.
이 화면을 만났을 때 기자가 어떤 심정을 느꼈을지 상상해보길 바란다.

이제 기자는 이 게임을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나만 당할 수 없지” 같은 속 좁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이 게임에 담긴 심오한 철학을 모든 이들이 겪어봤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또한 이토록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 렐루게임즈와 크래프톤 모두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집 주소만 알 수 있다면 감사를 담은 선물을 꽉꽉 눌러 담아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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