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 '오드 미터'가 게임으로 세련되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

※ 이 기사는 게임 '인디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연극적인 등퇴장, 영화적인 숏, 종교적인 텍스트, 모든 걸 게임으로 아우르는 풀이법.

오드미터가 제작하고 11비트 스튜디오가 퍼블리싱하는 퍼즐 액션 어드벤처 ‘인디카’는 가상의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수도원의 수녀 ‘인디카’의 여정을 그리는 내러티브 중심의 게임이다.

게임은 수녀의 과거와 현재, 두 개의 타임라인을 그려낸다. 다시 두 개의 타임라인은 각기 다른 게임 포맷으로 표현된다. 

과거는 도트 그래픽으로 그려진 아이소메트릭 뷰 또는 2D 플랫포머 형태로, 현재는 언리얼엔진 그래픽이라고 말했을 때 당장 떠오르는 현실감 넘치는 3D 어드벤처로 그려진다.

게임 속 기본 이야기는 현재를 중심으로 다뤄진다. 따라서 게임 전반은 3D 어드벤처 장르에 2D 플랫포머 장르가 종종 끼어드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하나의 게임 내 장르와 차원 전환을 사용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길을 끌지만, 단순히 게임 플레이 경험을 넓히기 위한 용도가 아닌 내러티브 전달을 위해 온전히 쓰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는 개발사 오드 미터와 드미트리 스베틀로프(Dmitry Svetlov) 디렉터가 탁월한 이야기꾼이며 그것도 게임으로 세련되게 말할 줄 아는 작가이자 개발자 집단임을 알게 해준다.

아이소매트릭 뷰의 레이싱 게임과 2D 플랫포머 형태로 진행되는 게임은 단순히 미니 게임이 아닌 주인공 인디카의 심리 묘사, 정보 제공, 이야기 전개를 위해 쓰인다.

2D 도트 그래픽은 현세대 게이머들에게 종종 게임에 대한 순수한 열망 또는 다시 재현하고 싶은 추억으로 언급되곤 한다. 이는 단순히 당대 게임이 더 많은 재미를 제공했기 때문이 아닌, 플레이어를 과거로 회귀하게 만드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일종의 마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전 JRPG ‘크로노 트리거’에 지대한 영향을 받은 현대 JRPG ‘씨 오브 스타즈’는 그와 닮은 사운드트랙과 수려한 풀 도트 그래픽으로 당시대 JRPG를 즐긴 게이머들의 추억을 재현해 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처럼 '인디카'에서 사용된 2D 장면들은 모두 일종의 향수를 채우기 위해 설계됐다.

‘인디카’에서 현재 배경인 19세기 러시아는 시종 우중충하며 우물 혹은 진창에 빠진 듯 숨 막힐 듯 표현된다. 건물들은 비이성적인 높이와 크기를 자랑하며 인디카는 주변이 왜곡된 좁은 통로를 지나야하고 눈 내린 바닥은 질척거리기만 한다.

과거는 시종 아름답게 표현된다. 주인공 인디카가 수녀가 된 과정을 그려내는데 그녀는 정략결혼을 앞두고 집시의 삶을 사는 한 남성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 일련의 추억은 비록 비극적인 결말을 맺지만, 2D 도트 그래픽과 연결되어 깊은 감동을 남긴다.

2D 도트 그래픽으로 데포르메화 된 주인공 인디카의 과거는 더 비극적이고 애달프게 느껴진다. 만약 이를 조망하는 플레이어가 2D 도트 그래픽에 대한 개인적 향수와 추억이 내재되어 있다면 그 환상은 다시 한번 증폭된다.

게임 내 미니 게임으로 치부할 수 있는 단순한 장르 변화를 오드 미터는 내러티브 증폭에 힘껏 내세운다. 비록 그 게임의 조작감이 저열해 상호 작용의 측면에서 썩 기분 좋은 경험을 전달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를 차용한 방식과 그 타당한 이유는 칭찬받을 만 하다.

이 밖에도 인디카는 게임의 요소로 이야기를 확장하고 이를 전달하고 있다. 바로 일종의 경험치 포인트인 신앙(Duty, 의무)이다.

게임에서는 여러 활동으로 신앙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어드벤처 장르답게 액트마다 지역을 수색하고 아티팩트나 일지 등을 얻거나 읽는 것으로 획득할 수 있으며 과거로 연출되는 2D 플랫포머에서도 고전적인 방식으로 신앙 포인트를 추가로 얻는다.

이 포인트는 게임 전면에서 시스템적으로 무의미한 것으로 소개된다. 포인트는 아무리 얻어도 더 많은 포인트를 얻는 것 이외에는 어떠한 이점도 없다. 그러므로 신앙 포인트는 애초에 게임에 없어도 문제가 없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진은 이를 만들어뒀다. 이유는 종국에 이르러서 확인되는데 개발진은 플레이어가 악마로 변해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도록 하고 신앙 혹은 포인트로 대변되는 ‘성유물’을 들고 자위하듯 흔들어대도록 설계했다.

이는 게임 내내 악마의 속삭임에 맞서 기도하는 주인공 ‘인디카’, 괴사 직전의 팔을 성유물(쿠데츠)에 기도하는 것으로 되살릴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일리야’ 그리고 관성적으로 의미없는 RPG 요소에 참여하는 게이머를 동시에 비꼬는 장치다.

사실은 불충분하지만 신앙심으로 얻는 자기 위로, RPG 요소로 얻는 무의미한 보상 충족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꼬집는 셈이다.

인디카의 종교적 허무주의가 받아들이는 이에 따라 아주 기분 나쁜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처럼 후자의 비판 요소 또한 게이머에 따라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게이머들을 무의미한 포인트에 매달리는 악마로 전락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는 게임 후반부 퍼즐 요소에서도 보이는데 인디카는 게임이 진행될수록 악마와 합일을 이룬다. 그녀의 시야에서 악마가 된 스스로가 보이게 된다. 마치 카프카의 변신처럼 벌레가 된 스스로를 보게 되는 장면이 연출된다.

공간이 변형된 퍼즐 세션에서 게이머는 열심히 퍼즐 요소를 짜맞추기 위해 노력하다가 어디선가 움직이는 악마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악마가 곧 자신이 조작하고 있는 인디카임을 깨닫게 된다.

이런 연출의 정점은 후반부 갑작스레 변화된 시점이다. 내내 삼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던 게임은 엔딩을 앞두고 일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이때 거울을 통해 악마가 된 스스로를 보게 된다. 그리고 앞서 설명했듯 악마는 성유물을 들고 자위하듯 흔들며 포인트를 쏟아낸다.

다분히 의도적인 이 연출은 인디카의 허무주의적 메시지에 방점을 찍는다. 여기서 게임에 대한 평가는 확연히 나뉜다.

게임은 사실 시종 재미없는 퍼즐을 강제한다. 내러티브 중심의 게임이기에 아주 선형적이고 제한적인 경험만을 제공하는데 퍼즐조차도 답이 정해져 있어 곧잘 흥미를 잃고 만다.

가장 흥미로운 퍼즐은 내면의 악마에 의해 인디카의 세계에 균열이 생겼을 때 볼 수 있는 풀이 방식이다. 이때 플레이어는 기도를 통해 균열된 세계를 봉합하고 악마에게 의지를 내어주고 균열 내는 등으로 길을 개척해 낸다. 이는 마치 그리스도처럼 기적을 행하는 모습이다.

이밖에 퍼즐들은 퍼즐 어드벤처 게임 문법에 익숙한 유저라면 아주 쉬운 수준이고 특별한 사고를 요구하지 않으며 사고를 하게 만들더라도 재미없는 방식에 실망하고 만다. 19세기 러시아 워킹 시뮬레이터의 곁다리 같은 느낌이며 모든 것이 결국 ‘인디카’의 이야기를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깨닫게 된다.

이렇듯 인디카는 그 주인공처럼 분명 허술한 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그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 전달법으로 모든 것을 무마한다. 주인공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하는 노력과 동일하다. 그러나 결론에 이르러 빈 유물을 보고 있자면 그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인디카가 보여준 숏과 연출, 유머와 풍자, 장르 전환 및 이야기 전달 방식이 완전히 퇴색되는 것은 아니다. 게임이 던지는 메시지처럼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게임이 분명하며 누군가에게는 인생 게임으로 남기에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을 덧붙이자면 한국어 지원이다. 비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디카’는 일본어, 중국어 간체까지 지원한다. 이에 한국어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이른 시일 내에 한국어 번역을 마친 '인디카'를 다시 즐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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