렐루게임즈 '언커버 더 스모킹 건'
AI 기반 추리 게임 / 스팀 데모 출시

크래프톤 산하 스튜디오 렐루게임즈가 신작 소식을 알렸다. 앞서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으로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남긴 개발사의 신작인 만큼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심신에 위해를 입힐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신작은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이하 스모킹 건)’의 제목의 추리 게임이다. ‘스모킹 건’이 범죄의 결정적인 증거를 의미하니, 해석하자면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내라”는 의미다. 게임 개발에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렐루게임즈의 작품답게 이번 신작은 독특하게도 대화형 AI를 삽입해 플레이어가 이를 심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스모킹 건의 출시를 앞두고 게임의 데모 플레이가 공개되어 이를 체험했다. AI 범죄 전문 탐정인 주인공의 사무소로 보이는 곳을 조사하며 게임의 기본적인 조작을 익히고 나면 본격적으로 사건의 수사가 시작된다.

데모에서 플레이 가능한 사건은 첫 번째 케이스 ‘맨션’이다. 이번 사건에선 사업가 스탠리 메이슨이 사망했으며, 사건 현장에는 에코라는 AI 로봇 한 대만 남아 있었다. 이제 플레이어는 유일한 목격자인 ‘에코’를 심문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야 한다.

게임 내 등장하는 로봇들은 모두 대화형 AI를 탑재하고 있어 플레이어와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하다. 이는 선택지가 고정된 기존 추리 게임에선 만날 수 없는 신선한 경험이다.

심지어 이런 질문에도 제대로 답해준다. 잠깐, 버서커를 추천한다고…?
심지어 이런 질문에도 제대로 답해준다. 잠깐, 버서커를 추천한다고…?

이들과의 대화는 제법 자연스럽다. 잠긴 금고의 비밀번호를 물으면 이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알려주고, 현장에선 찾을 수 없는 용의자들의 알리바이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는 게임 외적인 질문에도 척척 답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의해야할 것은 이 AI가 항상 진실만을 답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플레이어가 사건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질문을 던지면, AI의 시스템이 과부하 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답변이 거짓인지 혹은 진실인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행히 몇몇 정보는 확실하게 사실임을 확인할 수 있으니, 이를 정확하게 찾아낼 필요가 있다.

AI 심문 외에도 사건 현장에 배치된 요소들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현장 곳곳에는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단서들이 숨겨져 있으며, 이를 조사해 사건과 관련된 정보들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다시 AI 심문에 활용된다.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나면 이 사진이 짜릿한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사건의 전말을 알고 나면 이 사진이 짜릿한 쾌감을 선사할 것이다.

이 부분에서 게임의 장점과 단점이 엇갈린다. 우선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치밀하게 숨겨진 단서들은 추리 게임으로서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사건의 핵심이 되는 단서는 결국 여기서 나오며, 이를 통해 사건의 전말을 파악했을 때의 쾌감은 강렬했다.

문제는 AI와의 대화를 통해 단서가 가진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내는 AI가 이 지점에서 문제 해결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사건을 조사하다 보면 누군가 피해자의 심장박동기를 해킹했음을 알 수 있다. 현장의 쓰레기통에는 정체불명의 장치가 버려져 있는데, 누군가 이를 가지고 장치를 해킹한 것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AI에게 이를 물으면 AI는 자신도 해킹당했다며 이는 해킹 로그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는데, 정작 로그를 달라고 하면 자신은 해킹당하지 않았다며 엇갈리게 답변한다.

분명 아까는 자기도 해킹 당한 로그 파일이 있다고 그랬는데…?
분명 아까는 자기도 해킹 당한 로그 파일이 있다고 그랬는데…?

이렇듯 AI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면 AI는 오류를 범한다. 사람이었다면 눈치껏 알아들을 수 있는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불필요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상술한 추리의 쾌감은 이 소통의 장애를 마주하면서 싸늘하게 식어버리기 일쑤다.

이 외에도 단출한 UI 구성과 뻣뻣한 조작감 등 사소한 문제가 있지만, 데모 버전이므로 이를 문제시하지 않을 것이다. 정식 출시 버전에선 제대로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

결론적으로 스모킹 건은 AI라는 요소를 활용해 추리 게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는 참신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깨고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AI의 모습에선 ‘블레이드 러너’ 등에서 등장한 인간과 AI 사이의 관계를 묻는 철학적 질문을 찾을 수 있었다.

다만 대화형 AI가 가진 한계로 인해 몰입할 수 없는 벽을 만나게 되는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식 출시 이후 공개될 다른 케이스에선 해당 문제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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