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임계에 남다른 존재감 보이는 '스텔라 블레이드'
정치적 올바름과 검열 논란... 콘솔 개척까지 연일 '화제'

시프트업의 신작 액션RPG '스텔라 블레이드'가 최근 게임 업계에 남다른 존재감을 보인다. 게임성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뚜렷한 개성을 보이고 호평받은 작품이 경계를 넘어 사회적 논의까지 불러 모으고 있다.

 

■ 정치적 올바름과 검열

먼저 게임의 출시 전부터 뜨거웠던 논쟁인 정치적 올바름과 검열 문제다. 이는 시프트업과 '스텔라 블레이드'가 의도한 바는 아니다. 훌륭한 게임성을 깎아내리는 잣대로 쓰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뜨거운 호응을 얻는 이유이기도 하다.

IGN 프랑스는 ‘스텔라 블레이드’의 주인공 ‘이브’에 대해 논하며 게임과 관계없는 이야기를 끌어들여 논란을 일으켰다. 게이머들은 즉각 반발했고 직접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미국의 남성 매거진 인버스는 ‘스텔라 블레이드와 남성 중심 시선(Stellar Blade and the Male Gaze)’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브’가 “남성의 시선을 만족시킨다”고 표현하는 등 게임 속 여성 캐릭터와 남성 중심 시선에 대해 다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출시 후 불거진 검열 논란에 유저들은 ‘스텔라블레이드해방(FreeStellarBlade)’ 캠페인까지 일으켰다. 현재 5만 명 이상이 서명한 해당 캠페인의 주도자는 과거 블리자드의 개발자로 일한 바 있는 마크 컨으로 청원에서 ‘스텔라 블레이드’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게임을 검열하는 시대에 표현의 자유를 위한 문화적 등대”라고 표현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그동안 업계와 게이머들에게 쌓인 정치적 올바름과 검열 피로를 대변하는 존재가 됐다. 개발사인 시프트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히 불만의 신호탄 역할을 했고 누군가에겐 게임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됐다.

한편, 일본에서는 등급 심사 기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역시 ‘스텔라 블레이드’가 의도한 것은 아니다.

EA의 일본 지사 노구치 숀 사장은 X에서 ‘스텔라 블레이드’와 ‘데드스페이스 리메이크’를 함께 거론하며 CERO의 등급분류에 불만을 표했다. 신체 훼손과 절단 표현으로 등급 심사가 거부된 ‘데드스페이스 리메이크’와 달리 ‘스텔라 블레이드’가 CERO D등급을 받은 것을 지적했다.

과거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같은 이유로 등급 심사 거부를 당하며 일본 정식 출시 취소를 알린 바 있다. 일본 게이머들은 이에 많은 불만을 품었다. 일본의 게임 검열 기조는 오랜 시간 일본 사회와 함께한 ‘게임 해악론’에 기반하기에 노구치 사장의 불만은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에 대한 불만이기도 하다.

■ 메시지보다 재미

흥미롭게도 앞서 ‘스텔라 블레이드’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낸 온라인 매거진 인버스는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리뷰에서 10점 만점에 8점을 주며 “시프트업의 탄탄한 첫 시도”라고 평가했다.

많은 리뷰어와 유저들이 호평하는 전투에 대해 극찬했고 스토리에 대해서는 “‘이브’의 내면적 갈등이 획기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즐거웠다”고 평가했다.

논평과 리뷰의 게시자가 다르다는 점에서 완전한 입장 변화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게임의 전반적인 재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시프트업의 대표이자 아티스트인 김형태 디렉터는 지난 ‘스텔라 블레이드’ 국내 론칭 이벤트 자리의 인터뷰에서 유저들이 플레이 중 이것만큼은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유저들이 즐거움, 휴식, 엔터테인먼트로 원하는 플레이를 하길 바란다”며 게임의 엔터테인먼트 성격을 강조했다.

몇몇 AAA 타이틀은 재미와 함께 풍부한 내러티브, 동시에 메시지까지 던지며 소위 영화적인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할리우드와 함께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고자 노력했고 그 중 몇몇은 성공했지만, 몇몇은 실패했다.

앞서 언급된 논쟁의 중심에는 몇몇 실패 사례에서 겪은 유저 경험이 기반하기도 한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고 해당 방식이 유저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전달하고 만족시켰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김 디렉터는 인터뷰에서 스텔라 블레이드와 시프트업의 개발 의도에 대한 질문에는 “있는 척 하지 않고, 여러분이 좋아할 만한 곳에서 직구를 던지는 것이라”며 “그래서 욕도 많이 먹고 시대에 뒤처진다는 말도 듣지만, 이런 곳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양성의 시대이지 않나”라고 답했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주인공 ‘이브’와 세계의 상호작용과 모험 그 사이에 액션성이 강조된 게임이다. 한편, 에로티시즘 또한 분명 내포하고 있다. 이는 한국 개발사 시프트업이 할 수 있는 재미 전달의 방식이며 개성이자 강점이다.

■ 장르 다양성과 글로벌 진출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것은 국내 게임 업계의 장르 다양성과 글로벌 진출 및 흥행 가능성이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네오위즈의 ‘P의 거짓‘과 함께 국내 대표 콘솔 타이틀로 자리매김할 만한 작품성을 보여줬다. 비록 스토리텔링과 캐릭터 심리 묘사 등 아쉬운 평가가 있었지만, 액션과 그래픽 및 최적화 기술 측면에서는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는 시프트업의 첫 AAA 타이틀 도전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라 할 수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공은 국내 콘솔 게임 시장 개척을 위한 게임 업계의 노력에 더욱 탄력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평가가 국내 게이머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글로벌 대형 스튜디오의 콘솔 타이틀을 즐기는 동시에, 국산 콘솔 신작에 대한 갈증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게임 산업의 글로벌화로 인해 게임 타이틀의 지역색은 점차 약화되고 있지만, 게이머들이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게임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국내 게임 시장의 장르 획일화에 대한 게이머들의 피로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데이브 더 다이버'와 'P의 거짓' 등 신선한 장르의 게임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성공으로 인해 국내 게임사들이 향후 콘솔 플랫폼 진출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르 다양성 확보가 시급했던 국내 게임 업계로서는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통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스텔라 블레이드'는 우연히 게임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논란의 중심에 선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나아가 '스텔라 블레이드'가 보여준 장르와 플랫폼의 다양성 추구, 유저 재미 중심의 개발 방향성은 최근 침체를 겪고 있는 국내 게임 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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