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반 NFT보다도 가치 입증 수단 전무 "부르는 게 값"
개발자 장터 내 수수료로 수익 창출... 아류작들 범람

이것은 '바나나'가 아니다. 바나나와 똑 닮은 게임 '바나나마나(Bananamana)'다.
이것은 '바나나'가 아니다. 바나나와 똑 닮은 게임 '바나나마나(Bananamana)'다.

한때 동시접속자 수 90만 명을 돌파했던 게임 ‘바나나’는 말 그대로 “합법적인 돈 복사 버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스팀의 여름 세일이 ‘바나나’ 열풍을 한풀 꺾은 것일까. 지난달 20일 무려 91만 명에 달했던 ‘바나나’의 최고 동시접속자 수는 최근 35만 명대로 떨어졌다. 어쩌면 스팀 여름 세일과 무관하게 바나나의 유행이 점차 사그라지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바나나는 단순하지만, 또 기발한 게임이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클릭밖에 없는 전형적인 무료 클리커 게임이지만, 정해진 시간마다 이용자에게 스팀 장터에서 거래할 수 있는 바나나를 지급한다. 이렇게 얻은 바나나는 1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100만 원이 넘는 바나나는 다른 바나나에 비해 더 맛이 좋을 것일까, 아니면 더 아름다운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바나나의 가격은 어떻게 형성됐을까?

가격은 상품의 가치를 돈으로 매긴 것으로, 가치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구매자와 판매자는 서로가 생각하는 가치에 맞게 가격을 흥정하고, 흥정에 성공하면 거래가 성사된다. 앞서 바나나를 예시로 들면 누군가 자신의 바나나가 100만 원의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해 100만 원에 판매했고, 그것이 그만한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한 구매자가 이를 구매한 것이다.

그것이 실제로 100만 원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애석하게도 없다. 바나나 게임을 통해 얻은 바나나는 실상 0과 1로 이뤄진 데이터에 그래픽을 덧씌운 것에 불과하며, 실용성도 가치를 입증할 수단도 전혀 없다.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곧 값이 되는” 바나나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가치가 정해져 있지 않으니 싸게 사서 비싸게 팔기 위해서다. 이 어긋난 수요와 공급이 맞물리면서 거래는 이뤄진다.

혹자는 이를 NFT(Non-Fungible Token)와 비교한다. 그런데 NFT가 블록체인 생태계를 기반으로 하는 것에 반해, 바나나는 그마저도 없다. 오히려 “너(N)한테 팔(F)고 튄(T)다”는 의미의 NFT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바나나 게임은 왜 만들어졌을까. 이 역시 명료하다. 이용자와 개발자 모두에게 바나나 게임은 돈이 되기 때문이다.

스팀 장터에서 거래되는 모든 바나나의 거래에는 수수료가 붙고, 개발사는 이 중 일부를 스팀과 나눠 가진다. 디스이즈게임의 계산에 따르면 거래당 약 8%의 수수료가 개발사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개발자가 게임을 두고 “합법적인 돈 복사 버그(legal infinite money glitch)”라 표현한 것에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근 바나나 게임의 동시접속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주요 바나나들의 가격 역시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최고가에 거래됐던 바나나 ‘크립틱나나(Crypticnana)’의 거래가는 234만 원에서 68만 원까지 고꾸라졌다. 유행이 다시 번지지 않는다면, 바나나는 누군가의 스팀 보관함 속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바나나의 유행 이후 스팀에 바나나와 똑 닮은 ‘바나나라이크’ 게임이 범람하고 있다. 칼자루는 스팀에 손에 쥐어졌다. 앞서 NFT가 적용된 P2E 게임 유통을 금지한 스팀이 이번엔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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